알쓸신잡 유현준교수와
서울의 건축을 들여다보다

계룡장학재단의 도시건축여행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계룡건설 사옥 1층에 대전지역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고등학생 10명과 대학생 10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계룡장학재단과 유현준 교수가 함께하는 도시건축여행’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얼굴들이었다.

도시건축여행, 건축의 미래를 꿈꾸다

계룡장학재단은 ‘알쓸신잡’을 통해 대중에 널리 알려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유현준 교수와 대전지역 학생들이 신사동 가로수길부터 한강공원, 한남대교에 이르는 2.1km구간을 함께 걷는 도시건축여행을 기획했다.
서울로 출발하기에 앞서, 계룡건설 이승찬 사장이 학생들을 만났다. “건설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5.4%를 차지하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건축과 관련된 직업을 자신의 진로로 꿈꾸게 할 교육기회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여러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건축을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계룡장학재단이 장학금 지원사업을 확대하여 학생 여러분의 진로를 함께 고민해보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코자 합니다”라고 하면서 “도시건축여행은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가장 ‘뜬’ 거리, 가로수길에서 유현준교수를 만나다

가로수 길 카페에서 점심을 먹은 학생들 앞에 드디어 유현준 교수가 등장했다. 약 1시간 동안 유현준 교수는 학생들이 있는 바로 그곳, 가로수길이 어떤 이유에서 가장 핫한 곳이 되었는지 ‘뜨는 거리의 법칙’에 대해 열정적인 강의를 진행했다. ‘이벤트밀도’라는 개념을 이용해, 같은 강남이면서 고층빌딩이 운집한 테헤란로에 비해, 드나들 수 있는 상가의 출입구 수가 4.5배가량 많은 가로수길이 더 다채로운 시각적 체험이 가능해 재미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대한민국의 초거대도시 ‘서울’ 그 한복판 가로수길에서 벌어지고 있는 도시구조의 변화를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서울이라는 도시는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거주 공간이 줄어들고, ‘거실’이 사라지면서 소통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이는 도시구조가 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라고 말하며, 그러나 이런 도시구조 변화를 또 다른 도시구조로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유현준 교수는 미국을 예로 들며, 단위면적당 부동산이 가장 비싼 뉴욕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세 들어 사는 작은 방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말을 이어나갔다. “뉴요커들의 대부분이 1인가구지만, 그들이 사는 뉴욕은 센트럴파크나 브라이언트파크, 타임스퀘어, 헤럴드스퀘어 등의 공원과 광장이 촘촘히 연결돼 있습니다. 사람이 도시를 만들지만, 그 도시라는 공간에서 비좁지만은 않은 새로운 삶이 만들어집니다.”라고 설명했다.

건축.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설계하다

가로수길과 신사나들목을 지나 마지막 목적지이자 서울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는 한강시민공원에 유현준 교수와 학생들이 도착했다.
학생들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으로 이동하던 유현준 교수는 “가로수길이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신사나들목(토끼굴)의 위치가 가로수길 선상(축)으로 옮겨지면서 한강과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형성되었다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어 비움의 공간인 한강 위 ‘다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했다.
“강을 오고가는 배를 ‘점’으로 표현한다면, 강 위의 징검다리는 ‘점선’, 다리는 ‘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현준 교수는 도시에는 ‘점’이 아닌, ‘선’이 필요하다며 ‘선’은 사람과 사람을 지속적으로 이어주는 매개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유현준 교수는 “건축은 사물로 볼 것이 아니라, 관계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건축의 예를 직접 관람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대식 다리는 자연을 압도하지만, 수면에 가까워 강수량이 많아지면 물속에 잠기는 잠수교는 자연에 양보하는 다리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유현준 교수의 다양한 생각들이 학생들에게 전해졌다.
한남대교에서 이동해 잠원한강공원카페에 도착한 학생들과 유현준 교수는 하루 동안의 도시건축여행에서 느끼고 배운 점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가 꿈꾸는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각자 이미지맵으로 표현해 발표했고, 유현준 교수는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에 성의 있게 답을 해주며 이날 건축여행이 마무리됐다.

계룡장학재단의 도시건축여행을 마치며

학생들과 함께한 건축여행에 대한 소감을 밝힌다면?
학생들과 함께한 이번 건축여행은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이 모여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분위기가 특히 좋았습니다. 학생들이 이번 건축여행을 통해 각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시간이었기를 빕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로수길을 선정한 이유는?
이번 건축여행의 핵심 중 하나였던 가로수길은 건축, 자본, 인간이 만들어내는 변주곡을 느끼기에 적합한 공간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고, 변화가 많은 공간이기에 더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좋은 건축이란? 그리고 아파트건축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좋은 건축이란 사람을 화목하게 해주는 건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건축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갈등을 낮추는 공간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생각합니다.
아파트도 좋은 건축이 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방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야 하고, 하늘을 볼 수 있는 폭 3m이상의 테라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공간구조를 모든 중산층이 누릴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을 건축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자기만의 시각이 있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러한 시각을 만드는 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커리큘럼을 짜고, 필요하다면 책도 읽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거죠. 이런 것들이 쌓여 자기만의 시각이 만들어지면, 좋은 건축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