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여행

자연스럽게
뉴욕에 스며드는 법

대다수 사람은 뉴욕이라고 하면, 뉴욕시의 5개 구 중 하나인 맨해튼을 연상한다. 맨해튼은 자동차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기 편하고, 많은 관광지를 걸어서 다닐 수 있다. <걷기의 역사>의 저자 레베카 솔닛은 도시에서의 걷기를 러닝머신과 비교한다. 러닝머신은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지만, 도시에서의 경험적 관계를 빼앗는다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뉴욕은 자동차를 빌리기 어려운 여행객도 충분히 걷고, 느낄 수 있는 도시다.

자유와 평화를 외치다

맨해튼은 허드슨 강과 이스트 강에 둘러싸였다. 뉴욕시의 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작으나 시의 중심부이자 세계의 상업, 금융, 문화의 중심지를 이룬다.
뉴욕이라는 도시를 떠올릴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이다. 한 손에 횃불을 쥐고 하늘 높이 치켜든 거대한 여신상은 뉴욕항으로 들어가는 허드슨 강 입구의 리버티 섬에 세워졌다. 뉴욕항은 맨해튼에 자리 잡고 있으며 대서양 항로의 서쪽 끝에 있어 유럽과의 연결 통로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유의 여신상의 작가 프레데릭 오귀스트 바르톨디(Frédéric Auguste Bartholdi)는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도시인 콜마르에서 태어났다. 콜마르의 부잣집에서 1834년 태어난 바르톨디는 1875년부터 10여 년에 걸쳐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었다. 여신상의 머리카락 한 올부터 흘러내리는 옷자락, 섬세한 발가락까지 정성을 기울였다. 잠시 프랑스에 서 있던 자유의 여신상은 1885년 분해되어 배를 타고 미국에 이송되었다. 188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것이다. 정식 명칭은 ‘세계를 비치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지만, 통상 자유의 여신상으로 알려졌다.

자유의 여신상을 감상하는 법

1. 60분 자유의 여신상 크루즈를 타고 배에서 감상

1시간 이내에 자유의 여신상과 브루클린 브리지까지 투어가 가능하다. 자유의 여신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기에 좋은데, 한 배에 150명 정도 탑승해 대기 시간이 짧다.

2. 배터리파크에서 리버티 섬까지 운행하는 페리를 타고 섬에 내려 감상

리버티 섬에 내려 자유의 여신상 주변을 360도 돌아볼 수 있다. 앨리스 아일랜드에 들러 이민 박물관에 방문할 수 있다.

화폭에 담긴 도시를 읽다

자유의 여신상을 본 후엔 맨해튼의 중심가로 가 보자. 맨해튼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의 배경이 된 도시이기도 하다.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은 어두컴컴한 도시에 밝게 불을 켠 한 식당에서 밤을 새우고 있는 사람을 그린다. 커다랗고 텅 빈 공간, 자연광과 인공의 대조로 도시의 풍경은 더욱 쓸쓸해 보인다.
에드워드 호퍼는 54년 동안 거주했던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간이 식당에서 이 그림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그리니치 빌리지는 브로드웨이 근처 그리니치 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지역이다. 웨스턴 하우스턴 거리에서 웨스트 14 스트리트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맨해튼 남부에 있다. 주로 예술가 거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에드워드 호퍼는 늘 뉴욕 곳곳을 다니며 스케치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아내와 인물상의 자세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 그의 작품은 일상의 단면을 보여 주면서, 미국 도시민들의 삶을 특징지었던 상실감과 소외감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스며들다

맨해튼 중심에 있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에드워드 호퍼의 <철길 옆의 집>은 개관할 당시 가장 처음으로 매입한 작품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은 1929년 11월 7일 개관 후, 1939년 현재 맨해튼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다. 맨 처음 설계자는 필립 굿윈과 에드워드 스톤으로 이후 세 번에 걸쳐 공간이 재탄생했으며, 현재의 모습은 일본인 건축가 요시오 타니구치가 설계한 모습이다.
1997년 뉴욕 현대미술관의 재건축 설계자로 일본의 건축가 요시오 타니구치가 발표되자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건축가에 세계 건축계가 주목했다. 내로라하는 유명 건축가의 설계를 제치고 그의 설계도가 선택된 데는 주변과의 조화가 큰 몫을 했다. 1939년 필립 굿윈과 에드워드 스톤이 디자인한 원래의 모습과 1968년 필립 존슨이 디자인한 조각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를 전체 미술관의 중심이 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마당을 중시하는 동양의 건축 문화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거리의 풍경에서 사라진 것이 특징이다.
“돈을 많이 주면 멋진 미술관을 짓겠고, 돈을 정말 많이 주면 아예 건물이 없어지게 하겠다.”
요시오 타니구치가 새로운 뉴욕 현대미술관을 기획하며 했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뉴욕 현대미술관은 튀는 건물로 바깥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게 아니라 독특한 내부 구조로 관람객과 작품의 교류를 넓혔다. 또한, 맨해튼 53가를 그대로 미술관 내부와 이어놓은 듯이 설계했다. 이는 건축이 도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